번역업체의 가장 큰 문제, 그리고 그것을 고칠 수있는 방법
도쿄대학대학원 공부생 공정을 밟고 있던 중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해서 우리나라로 피신했다.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서 공부를 이어가려고 했을 땐 아이가 태어났다. 테스트생 신분도 종료되고 후세를 맡길 곳도 있지 않고 학업은 요원해졌다. 당시 유일한 말상대였던 남편에게 말버릇처럼 반복했었다. “도대체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어. 옛날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고, 거울에 비친 얼굴도 어딘가 다른 것 같아….”
밤샘 수유를 하느라 밤이고 낮이고 정신이 몽롱하던 어느 날, 책꽂이에 꽂혀 있던 책 한권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어 원서였다. 라는 타이틀의 재일동포 강상중 오사카대 교수의 책이었다. 제목만으로도 그만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말았다. 단숨에 책을 다 읽고 나자 우리내용으로 번역해서 다른 지금세대에게도 읽히고 싶었다. 하루에 두어 기간씩 틈을 내어 번역을 실시하였다. 책을 절반쯤 번역했을 때 출판사에 연락했었다. “저 이 책을 번역하고 싶은데요.” 출판사는 “그렇게 계약도 안 하고 번역하시면 안 돼요”라며 거절하였다. 대신 출판사는 강상중 교수의 다른 책 을 들이밀며 번역을 제안하였다.
그렇게 실시된 노수경 번역가(49)의 번역 삶은 강상중 교수의 등으로 줄줄이 이어졌다. 그가 무작정 번역을 시작했던 는 으로 번역돼 나왔다. 요즘에는 다양한 출판상을 휩쓸며 화제가 되고 있는 일본 번역회사 작가 브래디 미카코의 등도 우리내용으로 옮겼다.
삿포로 인근에서 두 자식을 키우며 50년차 중견 번역가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번역하면서 살게 될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고 된다. 생물학과에 진학하면서 막연히 과학자나 의학자로 살게 될 것이라고 마음했기 때문인 것이다. 6살 때부터 어린이도서관에서 종일 기한을 보냈던 그는 특이하게 기묘하고 독특한 분위기의 일본 동화를 좋아했었다. 학창시절 내내 산문부나 시창작반에서 글쓰기를 하던 ‘문학 소녀’였지만, “인생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궁금해서” 인천대 생물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서도 삶의 기원을 파헤치기보다는 문학과 창작에 더 열을 올렸다. 문학학회와 영화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남성주의 웹진에 수필을 썼고 드라마 작법을 실험하면서 김운경 작가와 노희경 작가를 만나는 행운도 누렸다.
일본으로 유학을 가는 남편을 따라와 본인도 실험를 이어가려고 일본어 실험부터 시행하였다. 나쓰메 소세키, 요시모토 바나나 등 일본 작가들을 워낙 좋아했던 터라 일본어 원서를 읽는 기쁨이 컸다. “한국어로만 읽던 작품들을 원문으로 보니까 그 느낌과 감정이 너무 달라서 타격을 받기도 했지만, 원서보다 번역본이 더 괜찮을 땐 ‘이게 번역의 힘이구나’ 하는 걸 느끼기도 했어요.”
생애를 통틀어 일괄되게 독서와 글쓰기를 해온 그에게 ‘생물학자’보다는 ‘번역가’가 더 운명이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번역가가 제 운명이라면 너무 기쁘죠!”라고 답했다. 그에게 번역가의 기쁨이란 “내가 읽고 나서 너무 우수한 책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번역을 통해 다른 문화권 시민들이 서로 소통하게 돕는 것”이다. 또 “내가 대상의 소설을 읽으면서 뭔가 전해져서 눈물을 흘리고 그걸 나만의 언어로 바꾸면서 또 한번 울게 되는데, 그 대목에서 독자들도 같이 깨닿고 눈물을 흘려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일 것”이라고도 뒤에 말했다.
그에게 훌륭한 번역가의 자질을 묻자, 외국어 실력도 모국어 능력도 아닌 “공감력”이라고 답했다. 왜냐하면 “작가에게 할 수 있는 한 공감하고 빙의해서 독자를 설득시키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기 때문이란다.
그가 흔히 번역한 강상중과 미카코는 소수의 음성을 대변하는 작가들이다. 강상중 교수는 일본 사회의 차별과 좌절을 몸소 겪으며 자란 재일 서울시민이며, 빈곤 가정 출신으로 영국에서 보육사로 일하고 있는 미카코는 계급차별과 성차별에 저항하는 작가다. 그는 “강상중 교수는 지루할 정도로 차분하게 이야기을 하는데 결국에는 중심과 핵심을 꿰뚫는 글쓰기를 하며, 미카코는 보통 일본 남성 작가들과 다르게 거침없는 글쓰기가 매력”이라고 이야기 했다.
“경제적인 발언을 하는 사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그가 앞으로 출간 준비 중인 책들도 일본 소수자의 목소리를 통해 전부 사회에 메시지를 던질 계획이다. 한권은 시각 장애인이 썼고, 다른 한권은 철학으로 저항을 이야기끝낸다.